구글·애플처럼 파괴력 큰 벤처 나와야

국내 벤처기업이 지난달 사상 첫 2만개를 돌파했다. 하지만 양적 팽창 못지않게

질적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출ㆍ고용 확대는 물론 철저한 부실기업 퇴출과

투자환경 재정비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6월 중순 현재 국내 벤처기업 수는 모두 2만597개다.

국내에 벤처확인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8년 2042개였던 것이 12년 만에 10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벤처기업 수는 2001년 1만1392개까지 꾸준히 늘다가 2002년 8778개로

다시 1만개 아래로 떨어졌지만 2006년 1만2000개를 넘어서며 성장세를 회복했다.

무엇보다 벤처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국내 300만개 기업 가운데 2만개를 차지하기 때문에 비중은 0.6%에 불과하지만

수출이나 생산, 고용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몫을 담당하고 있다.

중기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벤처기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8%,

고용에서 3.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체 수출 가운데 벤처가 차지하는 비중은

98년 1.8%에서 지난해 3.2%로 10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요즘 국내 벤처업계 최대 특징은 사업영역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주로 소프트웨어 등 정보기술(IT)에만 치중돼 있었지만 지금은 에너지

ㆍ의료ㆍ정밀기계ㆍ통신기기 등 다양한 첨단 제조 분야로 업종이 세분되고 있다.

중기청 조사에 따르면 2000년 벤처업계 내 소프트웨어와 첨단 제조 분야 비중은

각각 30.3%와 27.9%였지만 지난해 이 비중은 13.8%와 36.3%로 달라졌다.

그러나 구글이나 애플처럼 세계시장을 혁명적으로 뒤바꿀 소프트웨어 개발 벤처가

앞으로는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로 성공해도 소프트웨어에 밀려 세계 시장에서

곧장 외면받는 사례가 얼마나 많냐"며 "국내 벤처도 이러한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옥석 가리기 작업이 예전과 달리 강화된 점도 벤처 체질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에 따르면 벤처기업 보증 사고율은 2004년 말 9.1%에서

지난해 말 2%로 크게 낮아졌다.

`실적 나쁘면 퇴출된다`는 논리도 벤처에서부터 자리 잡아가고 있다.

중기청에 따르면 신규 벤처기업 수에 대한 퇴출 벤처기업 수 비율은 1998~2003년에

24%였지만 2004~2009년에는 55%로 크게 늘었다.

중기청 관계자는 "코스닥 진입ㆍ퇴출 요건을 강화하고 공시제도를 보완한 결과

부실한 벤처기업이 줄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벤처가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려면 벤처기업 규모와 업력을 고려한

단계별 지원정책 도입이 중요하다.

기술이나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업초기 기업에는 기업 간 기술협력 사업

참여 유도를 확대함으로써 다른 강소 벤처기업과 상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창업한 지 5~7년이 지난 이른바 `허리 기업`들을 지원하는 정책은

벤처육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창업한 지 5년 이상 흘러 자금 애로 등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이

자유로운 인수ㆍ합병 시장에 나서도록 하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 6. 16 매일경제 [서진우 기자]